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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25 에디터 이재윤 사진 나니아의 옷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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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아의 옷장
“한 때 교회가 삶의 전부였다. 청년시절 여름과 겨울에는 수련회로 방학을 불태웠고 늘 찬양만을 부르고 다녔으며 교회친구들과의 교제는 풍성했다. 그런데 뭐가 잘못된 건지, 아니면 내가 좀 문제가 생긴건지...상황이 달라진 건 분명하다.
언제부턴가 교회는 사회에서 부정적 이미지의 아이콘이 되어버렸고 은근슬쩍 교회다닌다는 사실을 감추는 상황들이 생겨났다. 요즘은 찬양을 들어도 잘 모르겠고 예전처럼 교회안에 즐거운 교제도 없는 것 같다. 내가 뭔가 잘못해오고 있는거라면 고쳐보고 싶기도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할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저 뜨거웠던 그 시절이 가끔 그리워질 뿐이다.“ - 어느 30대의 고백
위의 이야기에 공감가는 사람이 꽤 많으리라 생각된다. 나도 그런 사람중에 하나였다. 교회에 대한 애정은 때로 회의와 분노로까지 변하기도 했지만,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교회는 도저히 포기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러한 열정으로 신학교에 가고 목사가 되었다. 조금씩 희망이 다시 피어오르는 걸 느꼈다.
작지만 새로운 교회를 꿈꾸었다. 대단한 걸 성취하기보다는, 그저 상식이 통하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또 친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회였으면 했다.
덧붙여 주일에만 모이는 교회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저녁에 문득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을 꿈꾸었다. 기독교신앙의 가치들을 기반으로한 문화콘텐츠를 누리고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 교회가 그런 역할을 하면 참 좋을 것 같았다.
점점 사람들이 모이고 지난 5년간 수많은 추억이 쌓였다. 함께 노래를 하고 공연을 하고, 따뜻한 식탁을 나누고 책을 읽고, 장터를 열고 예배를 했다. 교회가 왜 이런 일을 할까? 조금 생뚱맞을 수도 있는데, 나는 이것이 새로운 방식의 제자훈련(?)이 되기를 기대했다. 제자훈련이라는 용어에 다양한 반응이 있겠지만, 그리스도인의 성장을 향한 영적여정은 매우 중요한 부분임에 틀림없다. 설교로는 사람이 변화되지 않는다고 한다. 정말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제자훈련을 많은 교회에서 시도했다. 하지만 그것도 글로 배우는데서 그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연애를 글로 배우면 어떤 참사가 일어나는지 생각해보라!) 나는 ‘직접 해보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기업에는 OJT라는 개념이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갓 입사한 신입사원은 처음에는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책으로 배운 전공공부와 실무는 전혀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장에서 실무를 직접 해 봄으로써 자신만의 노하우를 체득하게 된다. 그것이 OJT (On the Job Training 직무중 훈련)이다. 그리스도인의 삶도 유사한 면이 있다. 교회를 어느 정도 다닌 사람이라면 여러 교회용어와 개념에 대해 머리로는 다 알지만, 실제 세상 속에 어떻게 적용하고 어떤 방식으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막막할 때가 많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나니아의 옷장 자체가 주님의숲교회가 운영하는 커리큘럼이다. 누가 누구를 가르친다는 의미의 커리큘럼이 아니라, 함께 시도해보고 서로에게서 배우는 장이라는 의미에서 그러하다.
나니아의 옷장에서는 ‘문화’라는 키워드아래 각자 다양한 방식으로 진정성 있게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이 만난다. 자신의 신앙을 담아 노래를 만드는 이도 있고, 영화를 만드는 이도 있다. 책을 쓰는 이도 있고 그림을 그리는 이도 있다. 어떻게 하면 이웃과 함께 어우러지는 삶을 살 수 있을까 고민하며 작품을 만든다. 또한 동시에 생업과 일상에의 성실함을 놓지 않는 생활인으로서의 고민들을 나누기도 한다. 전에 누군가가 그런 얘기를 하는 걸 들었다. 신앙이고 뭐고 다 떠나서, 요즘 기독교인들은 세상사람들의 눈에 참 매력없는 사람들로 보이는 것 같다고. 공감할 만한 가치를 보여주는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자신들이 행복하게 사는 것 같지도 않아서 도통 기독교에 관심을 갖게 되지 않는다고.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방식이 세상 속에 인상적으로 보여질 때에, 그것이 바로 선교라고 생각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삶은 폐쇄적이고 찌든 것이 아니라, 매력적이고 포용하며 동시에 정의로운 것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하나님 나라의 문화가 잘 보여진다면 왜 선교가 되지 않겠는가. 그런 순수한 각오(?)와 무모한 열정으로 우리는 이 일을 함께 해오고 있다. 거창하게 꿈을 꿨지만, 얼마나 실현되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어쨌거나 우리는 어떤 시도의 한 사례로만 남겨져도 큰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우리를 봐주면 좋겠다. 점점 더 척박해지는 환경 가운데에, 순수한 열정으로 함께 삽질을 한 기억. 사공이 많으면 배를 산으로도 보낼 수 있다 했던가. 대형교회의 빵빵한 지원을 받지 않아도, 아버지가 재력가가 아니더라도 뜻 있는 몇 사람이 모여 하나님의 정공법을 무던히 시도하면 언젠가는 작은 열매가 맺히리라는 것이 우리의 믿음이다. 사실, 우리는 지난 5년간 원 없이 잘 놀고 잘 먹었다. 성과를 떠나서 일단은 참 행복한 시간들을 경험했다. 매주 따뜻한 예배 가운데 평안을 누리고 서로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았으며 기독교 신앙에 대해 이전보다 더 폭 넒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정도만 해도 하나님이 주신 큰 축복을 이미 누렸기에 감사할 따름이다. 이제 그 이야기를 하나씩 나누어 보려한다.
글쓴이_ 이재윤 선교 영역에 부르심을 느껴 다양한 기독교문화콘텐츠를 만드는 시도를 해왔다. 인디밴드를 만들어 홍대클럽에서 복음이 담긴 노래를 하는 무모한 시도를 하기도 했고, 문화선교연구원에서 기독교 뮤지컬, 영화, 잡지 만들기 등의 일도 했다. 현재는 성신여대 앞 '나니아의 옷장'(옷장 문을 열면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이라는 작은 문화공간을 운영하며, 같은 장소의 '주님의 숲 교회' 목사로 살아가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골수 이과적 기질이 있어 과학자가 되고 싶어했다. 과학고를 나와 기계항공 공학부를 거쳐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한 경력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인생의 의미를 찾는데에 늘 큰 고민이 많았다. 기독교신앙안에 실마리를 발견하였고 영혼에 대한 목마름으로 엉뚱하게도(?) 신학교에 가고 목사가 되었다. 돌아보면 Art, Tech, Sprituality 세 개의 키워드로 '나'라는 존재에 충실하게 하루하루를 살아온 것만큼은 확실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2015년 주님의숲교회와 나니아의 옷장을 함께 시작한 이후로는 거기서 작은 공동체를 중심으로 나름 행복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위의 키워드로 짧은 글들을 여기저기 기고하고 있으며, 에큐메니칼한 관점에서 이 시대 젊은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설교를 작성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최근에는 노년을 대비한 취미로 전자음악 만드는 일에 푹 빠져 있다.
*주님의숲교회 홈페이지 http://forestchurc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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